안녕하세요
혹시나 목돈 마련으로 조선소 생각해보신 분들 있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해 드릴게요. 참고로 저는 조선소 족장 파트에서 1년 일했구요
건설현장에서 전기 풀링 6개월 일해봤습니다.
어제 새벽에 글 장문으로 올리려다가 다시 지웠다가 미뤄둘까 했는데
오늘 밥먹다가 찜찜해서 마저 글써서 올립니다.
장문이다 보니 조선소 관심있으시면 읽어보세요^^
"잘 생각해봐라, 출근만 해도 10만원이다"
ㅁ회사 : SK엠엔티
ㅁ기간 : 2015.03.01 ~ 2016.03.01
ㅁ부서 : 족장(발판공)
ㅁ급여 : 일당 10만, 잔업 5만 (초보자 기준)
일단 조선소에 들어간 것은 군에 제대하기 직전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들의 제안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조선소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돈을 벌고싶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출근만 잘해도 10만원, 넌 체력이 좋으니까 충분히
마음먹으면 달에 300 찍는다고... 그래도 일단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젊을때 큰 목돈을 마련해놓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겁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죠.
"보통 평균 한달에 300이라고 잡고 1년이면 3600인데 그럼 일주일에 하루만 쉬면 200 중반이니까
년 3000? 좋다. 그럼 쓸거 따 써도 2500은 모으겠네? 오케이 그럼 여기서 3년만 모으면 적어도
7천이니까 이걸로 차사고 집사고 (대출받아서) 하면 되겠네. 오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한, 말도 안되는 계산이었지만 무튼 당시에는 이 생각으로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짐싸서 내려갑니다 (당시에 정말 극구 반대하셨고 말리셨으나 제 의지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제 조선소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1.기숙사 생활
-전반적으로 더럽습니다. 작업복도 더럽고 숙소도 더럽고 하지만 피곤함+익숙함으로 인해서 웬만해서는 청소를 안 할겁니다
-저랑 제 친구는 깔끔한 성격이라 나름 깔끔하게 지냈습니다만 화장실과 부엌은 초토화 당했죠...
-비흡연자라면 실내흡연의 지옥을 맛보실 겁니다. 저같은 경우 1년내내 흡연의 고통에 흡연자들과 대립했었습니다(화장실 흡연이 고역입니다)
-숙소비는 n분의1로 냅니다. 다같이 살면 그만큼 내는 관리비는 줄어듭니다. 저같은 경우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게절은 월 10만원이 안 됐습니다.
-인원이 많으면 화장실 겹치기나 세탁기 사용문제 때문에 밤늦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 허다합니다.
-선택권이 있다면 돈 더 주더라도 원룸 가시거나 투룸 가셔서 두세명이서 지내시는거 권합니다.
-진상들 분명히 있습니다. 이럴경우 본인 스스로 그 진상을 교화시키던지 팀장에게 말해서 룸메를 바꾸셔야 할겁니다.
2.하루일과
하루일정 - 10만원
ㅁ5:50분 기상 -> 6:20분 버스 -> 07:00 회사 도착, 아침식사 -> 07:30~50 아침체조 및 아침조회 -> 08:00~10:00 오전 작업 -> 10:00 ~ 10:10 휴식>
10:10~11:50 오전 작업 -> 12:00~12:50 점심시간 및 중례 -> 13:00~15:00 오후작업 -> 10분 휴식 -> 15:10~17:50 오후작업 -> 18:00~18:30 저녁식사 ->
18:40~19:10 숙소 근처 도착 -> 20:00 씻고 빨래 돌리고 스마트폰 뿅뿅 -> 21:30 빨래 널고 숙면 혹은 계속 개인할거 -> 05:50분 기상
하루일정 (잔업) -15만원
ㅁ5:50분 기상 -> 6:20분 버스 -> 07:00 회사 도착, 아침식사 -> 07:30~50 아침체조 및 아침조회 -> 08:00~10:00 오전 작업 -> 10:00 ~ 10:10 휴식>
10:10~11:50 오전 작업 -> 12:00~12:50 점심시간 및 중례 -> 13:00~15:00 오후작업 -> 10분 휴식 -> 15:10~17:50 오후작업 -> 18:00~18:30 저녁식사 ->
18:40~20:30 잔업 ->20:50 버스 -> 21:30~22:30 숙소 도착 및 씻고 빨래 돌리기 및 널기 -> 잠, 스마트폰 만지기, 통화 등등 -> 05:50분 기상
-하루 사이클은 5시 50분 기상해서 싱크대에서 양치+고양이 세수합니다. 화장실은 인원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아침마다 통근버스가 옵니다. 20분 단위로 서너대 지나가는데 숙소 위치가 애매하면 30분 내내 서서 가야합니다
-밥은 회사마다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대기업3사 및 웬만한 하청 다 돌아다녀봤는데 밥은 삼성이 최고였습니다
-어느 분야를 가시던지간에 처음에는 조공(보조)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기량이 많이 오르면 단가도 높아지고 기량자로 우뚝설 겁니다
-저같은 경우 조공일때 10만원 봤다가 열심히해서 나갈때 12만원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면 12x26 = 312 (+@잔업)이상 벌 수 있죠
3.급여
ㅁ월급은 각 팀의 팀장들이 회사로부터 돈을 지급받으면 중순이나 월말쯤 지급될 겁니다. 출근할때 카드도 찍고 지문인식도 하겠지만
그래도 간혹 월급이 틀린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잔업을 하시거나 특근을 하시게되면 꼭 기록하셔서 월급날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조공(초보자)의 경우 대게 9~10만원으로 시작합니다. 잔업은 회사마다 3만원 주는 곳도 있고 5만원 주는 곳도 있습니다
-회사마다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보통 일 열심히하고 일좀 하는 것 같다 싶으면 팀장들이 급여를 올려줍니다
-알운 일주일에 하루 쉰다고 가정하면 대게 250이상은 벌 수 있구요 잔업만 꾸준하게 하셔도 200 후반 찍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일요일도 근무하실 수 있습니다 (작업이 필요할 경우 그 금요일이나 토요일날 조사를 합니다)
-여기서는 하루 일하면 1공수(or 1대가리)라고 하는데 근로자들 평균 25공수 전후로 찍습니다
-물론 게으른 사람이나 하루살이들은 20공수 안되는 경우도 있는 이경우 몇번의 경고와 짤릴 위험이 높습니다
-돈 쓸곳이 먹을데 밖에 없어서 크게 쓰지는 않습니다. 대신 하루 쉬러 고향 내려가면서 많이 쓰고 옵니다
4.조선소에서의 비전
[1]시급제 직원으로 들어간다
-조선소에서 시급제 직원으로 들어갈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면 정직원과 비슷한 복지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복지란 장학금 지원이라던지 신용대출 및 퇴직금, 상여금 등 일만 열심히 해주면 자식들 키우는데 걱정없게 해주는 겁니다
-보통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대게 이 코스를 밟더군요. 아무래도 일당직이 당장은 돈을 많이 벌지만 자식을 미래까지 생각하면
복지가 좋은 쪽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걸로 나가실려면 적어도 10년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10년동안 험하고 궃은일 감당할 수 있겠다 싶으면 권해드립니다
[2]중장비 기사
-조선소에 와보면 중장비 기사들이 상당수 많습니다. 이분들 하루 일당이 50~100이상 되시는 비싼 분들입니다
-일용직이 한달에 300전후로 번다고 가정했을때 자신이 밖에서 공부좀하고 경험쌓아서 조선소에 중장비 기사로 들어온다면
한달에 벌어들일 수익이 엄청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단점도 큽니다. 자신이 장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대여하는 것도 비싸고 구매하는 것도 최소 억 이상이기 때문에
일을 따내지 못하면 빚더미에 쌓일 위험이 높습니다
-게다가 덤으로 장비 관리도 잘해줘야 하는데 수리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작업도중 사고날시 피해가 크다고 하네요.
5.개인적인 잡담
-조선소를 들어가시게 된다면 웬만하면 큰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큰곳은 규정이나 단속이 까다롭긴 하지만 그만큼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고있고 복지(밥이나 숙소)도 괜찮고 인원이 많기 때문에 본인에게 가는 부담이 적을 겁니다.
-그리고 처음에 일할때 지급받는 작업복, 공구 등은 공짜가 아닙니다. 적어도 2~3달은 일하셔야지 공제를 안하고 그렇지 않을시 공제됩니다.
-일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안전에 신경쓰기 때문에 누가 크게 다치는 경우는 못봤습니다. 다친다면 대부분 본인의 과실이 큽니다 그리고
4대보험이 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근로자가 다칠시 보상을 다 해줍니다(치료비 + 하루임금의 70% 지급 등)
-경기 불화이다 뭐다 하는데 알바로 일하실거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계약된 배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안 만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때문에 대기업들은 하청에다가 일감 엄청 몰아주고 있습니다(대신 헐값에...) 그렇기 때문에 알바로 일하실거면 일거리 걱정은
크게 안하셔도 될겁니다.
-젊은사람 많이 없습니다. 3d업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이들의 3d업 인식이 안좋죠. 조선소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
가도 알바로 잠깐 오는 젊은사람은 있어도 전체적인 비율로 봤을때 30대 후반부터 40~50대들이 많고 20대들은 거의 전멸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2~3살 일하는 것은 추천합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작업장과 살면서 배 만드는걸 볼일이 뭐 있겠습니까, 어디가서 떳떳하게
자랑도 할만한 경험이고 무엇보다 일 끝나고 퇴근할때 오늘 하루도 지나가는 그 기분좋은 감정은 글로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힘들었던 하루를 보내고 퇴근할때 보는 석양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