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후기

노래방 알바 후기 1편

킥킥이 2021. 8. 16. 11:31

 

이름만 들으면 아~ 할만한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때려치고 두번 다시 판교쪽으론 오줌도 싸지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막상 내 인생에서 코딩 만지작 되던 능력을 제외시켜 버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래저래 살면서 벌어온 돈이 나이에 비해서는 제법 돼서 급하게 일을 찾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백수 마냥 가만히 있기는 내가 답답해서


아르바이트를 찾아봤다.


무수히 많은 아르바이트 사이에 혼자 독보적으로 높은 월급을 써놓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바로 사장님에게 연락을 넣고 합격해서 일을하게 됐는데


그 곳이 야간 '노래방' 아르바이트 였다. 그냥 카운터만 보면 된다는 사장님의 말에 '개꿀 ㅎㅎ' 하면서 일을 시작했지만


일을 그만둘 때 쯤에 다시 판교로 갈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본문은 오랜기간 일하진 않았지만 7~8개월 가량 일하면서 본 손님들에 대한 썰이다.




1. 남자 두명


아마 이 나라에는 남자 두명이서 노래방에 들어갔다 나올 때 방을 어지럽히고 나오면 사형 당하는 법률이 있는게 틀림없다.


처음에 계산하고 들어가면 화장실 들락날락 하는거 말고는 나오는 일도 없고 따로 요구하는 것도 없고


서비스를 얼마를 주던 안주던 그냥 끝나면 그대로 방을 정리하고 사라진다.


문신한 떡대 형님 이던 양아치 멸치던 술먹은 직장인이던 할아버지던 어쨋든 남자 두명이서 들어갔다가 나간 방은 


마이크가 모두 제자리에 꽂혀있고 노래방 책, 리모컨, 탬버린이고 뭐고 전부 제자리에 정리되어있다.


어지럽히고 나온다고 해도 그 수준은 마이크가 제자리에 있지 않는다 정도고 흡연자의 경우에 재떨이 주위에 재가 좀 떨어져있는 정도이다. 


수치상으로 100번의 남자 두명 손님을 받으면 98번 이상은 방을 자신들이 들어가기전 상태로 정리하고 몸만 스르륵 사라진다.


왜이렇게 정리하고 사라지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정말 나이스 가이들이 아닐수가 없다.




2. 아가씨 빌런


내가 일하던 노래방은 속칭 아가씨를 부를수 없는 주간엔 청소년도 출입이 가능한 노래방 이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들어와서 '아가씨 되요?' 하고 묻는 남자 손님들이 있는데


그럴때마다 '여긴 아가씨 안됩니다~' 하고 보내곤 했다.


그런데 이 아가씨 빌런은 굉장히 특이하게도


매번 비슷한 시간에 찾아와서


끊임없이 '아가씨 되요?' 하고 물어보는 손님 이었다.


보통 안된다고 하면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손님은 2~3일에 걸쳐 한번씩 새벽 2시쯤이면 찾아와서 꼭 아가씨가 있냐고 묻고 없다고 하면 나가는 짓을


약 2개월간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거절 패티쉬가 있는 손님이 아니었을까 한다.


 
3. 코그모 빌런


술취한 여자 손님 3명에 대한 기억이다.


술에 취해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지탱해 휘청거리면서 방하나를 잡고 들어갔는데


서비스 시간이 끝나도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크를 하고 들어갔는데 최악의 냄새와 함께 널부러져있는 3명을 봤다.


단언컨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정도의 토사물을 볼일은 절대 없을것이다.


쇼파, 테이블, 마이크, 리모컨, 탬버린, 보조의자, 쓰레기통, 3명의 여성들 까지 그야말로 그 방 전체가 토사물에 뒤덮여서 범벅이 되어있었다.


사람이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어떤 엿같은 상황을 눈앞에서 보면 순간적으로 모든 생각이 멈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일단 다시 문을 닫고 카운터로 돌아가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방으로 가서 그녀들을 깨워보려고 했지만 그녀들은 '으으응~' 하는 소리만 낼뿐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경찰을 부르기로 했다.


아직도 그 방을 보여줬을 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토사물에 뒤덮힌 여자 3명을 들쳐매고 나가는 경찰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는 의미를 깨달았다.


등으로 욕함..


여튼 사람은 치웠고 이제 남은 방의 뒤처리는 나의 몫이었는데 쓰레받기로 바닥에 토사물들을 담아서 쓰레기통에 차곡차곡 담고 있는데


나도 토함..


방을 치우다 보니 내 옷과 손, 신발 모두 토사물 범벅이 되었고 퇴근할때까지 그 냄새에 시달렸다.


모두다 치우고 시계를 보니 2시간은 넘게 치웠더라.. 중간중간 손님 받으랴 또 방치우랴 냄새 난다고 항의하는 손님 서비스 더 주랴


정말 개고생 이었다.


그렇게 개고생 해서 방의 형태는 어찌저찌 되돌려놨는데 냄새만은 도저히 뺄수가 없어서 다음날 사장님이 청소 업체를 불러서 따로 처리했다.


이 3명의 빌런들은 살아가면서 꼭 나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아팠으면 좋겠다.




4. 무서운 이야기 


새벽 3시쯤 여자 손님 한명을 받았는데 머리가 산발한 채로 술이 제법돼서 들어왔다.


이 날은 평일이라 새벽에 손님이 없어서 이 손님 단! 한명만 있었는데


이상하게 들어가서 부터 어떤 노래도 부르지 않고 조용했다.


이따금씩 탕탕 하고 문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뭐하는 건가 했지만 이미 돈도 받았고 시간을 어떻게 쓰든 내 알바 아니라서 곧 신경을 껐다. 


근데 이 손님이 서비스 시간까지 다쓰고도 나올생각을 안했다.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는데 방을 확인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서 그 손님의 자세를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했다.


꼿꼿이 앉은채로 얼굴만 위로 꺾어서 천장을 보고있는듯한 자세 였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가까이가서 보니 눈도 반쯤 뜨고 있었는데 


어깨를 살짝 흔들었더니 갑자기 내 쪽을 휙 쳐다보더니 '꺄하하!' 하고 웃고


그 자세 그대로 쓰러지듯 옆으로 자빠졌다.


그때부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 


아무런 노래도 부르지 않고 머리가 산발한 여자가 천장을 보는 기괴한 형태로 앉아있다가 톡 건드리니 나를보고 소리내어 웃고 쓰러진 뒤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고 흔들어도 깨지도 않는다.


진짜 잠이 다 깰정도로 뒷덜미 부터 싸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손님 하나 없는 어둑한 노래방에 쓰러진 여자 하나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실꺼죠?' 따위의 음성 녹음만 스피커로 조용히 흘러나오는


그 압도적인 분위기에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신고를 해야한다거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 당시에는 안들었다.


그렇게 주춤 거리고 있는데 딸랑 하면서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 한명이 들어와서


'여기 사장님 계십니까?' 하면서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로 갔다.


가서 좀 도와달라고 하려는 찰나


'여기 여자 한명 안왔습니까?' 해서 그 방으로 안내 했더니


여자를 빤히 쳐다보곤 그대로 들쳐 업고 나갔다.


나가면서 그가 한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야가 잠에 취하면 막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별일 없었지요?' 하고 나갔다.


그 이따금씩 탕탕 하고 들려오던 소리가 문을 열려고 했던 소리인지.. 아직도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선다.


 
5. 친절한 회사원


알바생 입장에서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근데 너무나 과도하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걸 알게 되었다.


이 손님은 조금 술에 취한듯한 40대 전후로 보이는 직장인이었는데 정말 극 초 친절맨이었다.


들어올때 대사부터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죄송한데 저희가 총 4명인데 실례가 안된다면 방 하나 빌려주실수 있겠습니까?' 였다.


생긋생긋 웃으면서 저 말을 하는데 마치 회사에서 생활하던 나의 지난 모습이 오버랩 되는것 같았다.


'6번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했더니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방을 내주고 카운터에 앉아있는데 곧 나오더니


'사장님? 쉬시는 중에 정말 죄송한데 혹시 물 한병만 계산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라고 해서


'한병은 서비스 입니다' 라고 했는데
 
그는 마치 내가 금괴를 손에 쥐어준것 마냥 아니 어떻게 저 사람이 나한테 이런걸 주지? 라는 황송한 표정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정말 잘 마시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을 3~4번 반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쯤되니 내가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좀 있다 다시 나오더니


'사장님 정말 죄송한데 혹시 화장실 위치를 좀 알수 있겠습니까?' 해서


'네 저기로 가서 왼쪽으로 꺾으시면 되요' 했더니


이번에는 금괴 상자의 위치를 알려준 사람을 보는것 마냥 나를 쳐다보더니


'하이고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을 또 3~4번 하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술취해서 화장실을 찾아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져서 좀 짠해지는 손님이었다.




6. 계산


보통의 경우 남자가 계산하고 들어가지만 여자가 계산하고 들어가는 비율도 제법 된다.


대략 7:3 정도로 체감 되는데 이 경우에 여자 쪽이 '누나' 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남녀를 떠나서 계산은 연장자가 하는게 맞다. 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튼 이날은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들어왔는데 남자가 굉장히 잘생겼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조금 어린티 나는 바람빠진 지창욱 같이 생겼는데 외모로는 남자, 여자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만한 외모 였다.


그 남자가 '방 하나 주세요. 누나 여기 계산 하고 먼저 들어가있어요~ 화장실 좀 갔다 들어갈게요' 하곤 화장실로 갔다.


여자는 뭐가 좋은지 헤헤 거리면서 계산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맥주 열 몇캔과 과자 몇봉지 음료수를 와장창 들고 나와서 '계산은 아까 그 누나가 할꺼에요~'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노래방의 시세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맥주 한캔에 4000원 이었는데 그가 그렇게 들고 들어간 음료,과자의 비용만 5만원이 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자니 여자 손님이 나와서 '여기요~' 하고 카드 계산하고 많아서 미처 다 들고가지도 못한 남은 맥주캔을 들고 들어가는데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뭔가 짠해보였다.


제 3자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무리 봐도 남자가 그냥 이용해먹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겠다 라는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겼다.


그 커플이 방에 들어가고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약 10명 이상의 손님이 들어와서는


'마 나와바라 우리 왔다~' 하고 전화를 하니까


아까 그 남자가 방에서 나와서 나한테 큰 방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추가로 맥주와 다과를 와장창 시킨건 두말할것도 없고


계산을 부탁했더니 역시나 '네 아까 그 누나가 계산 할꺼에요 일단 들고갈게요~' 하고 남자는 친구들과 큰방으로 들어가고


여자는 아까 작은방에서 혼자 뽈뽈 나와서 또 계산하고 큰방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엔 웃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할수 있는 이유가 되는건 아니다.


목구멍 까지 '왜 만나요?' 라는 말이 올라왔지만 아무 상관없는 남이 할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시 삼켰다.


그렇게 시간까지 추가해가며 소주,맥주가 냉장고에서 동이 날때까지 마시고 떠들던 그들은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갔고


이때 나온 금액은 30만원이 훌쩍 넘었다. 


풀방을 끊임없이 마감 까지 유지했을 경우 매출이 90만원 정도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해보면 한팀이 내기엔 굉장히 큰 금액이 아닐수 없었다.


혹자는 술집에선 원래 그정도는 나간다. 클럽 테이블 잡으면 훨씬 더 나간다. 하면서 그렇게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는 야간에 한시간 15000원 하는 노래방이고 순수하게 한팀의 손님이 저정도의 금액을 쓰고 나가는게 보편적인 곳은 아니다.


그것도 단 한사람이 계산하고 나가기엔 더더욱.


추후에 그들이 돈을 나눠서 줬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랬을리는 없을것 같다.


중간에 그 남자와 친구들이 화장실 가면서 하는 얘기를 흘려들었기 때문인데


'야 이거 계산은 어떻하냐? 너한테 돈 모아서 줄까?'


'아니. 누나 있잖어 ㅋㅋ 저 누나 돈 개잘써 ~'


~


자세한건 듣지 못했고 듣다보니 내가 속이 답답해져서 귀담아 듣지는 않았지만


남자와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나가고 난 뒤 홀로 천천히 계단을 밟고 출구로 뒤따라가는 여자의 모습이


아직도 뭔가 모를 갑갑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7. 모창


노래방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은 그 시기에 가장 인기있는 곡을 내가 찾아듣지 않아도 다 알수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와 한참 동떨어져있지만 언제나 들려오는 곡들도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곡인 '어디에도' 와 관련된 손님의 썰이다.


방에 손님들을 채워넣고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 시간 죽이고 있다보면 가까운 방에서 혹은 멀리 떨어진 방에서 꼭 들려오는 노랫말이 있다.


'~~ 목이 메어와 어디에도 그대가 살~~아서 우린 사랑하면 앜~~~돼요욬 다가갈수록~~~ 미워↗ (안부르는 구간)~ 기억에 남아~'


아마 이 노래에 도전해봤거나 혹은 이 노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들었던 가사를 왜 저렇게 써놨는지 알 것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카운터에 앉아서 듣기좋게 이 곡을 완창하는 손님을 본적이 없었다.


그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새벽 늦은시각 대략 5시쯤 되었을 때 삼십중반은 되어보이는 남자 손님이 홀로 들어왔다.


하지만 보통 이 시간에 오는 밤에 쩔어버린 손님들과는 다르게 이 손님은 방금 깨끗하게 씻고 나온듯한 모습이었다.


이 손님을 방으로 안내해주고 앉아있으니 얼마 안있어서 '그대 내게 오지 말아요' 하는 노래가 들려왔다.


또 별 신경안쓰고 저 노래구나.. 하는데 1절 끝날 때 쯤에 나는 그 방 앞까지 가서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정말 과장 하나도 안보태고 '내가 이수가 들어왔는데 못알아본건가?' '지금 방에 이수가 있는건가?' 할 정도로 끝내주게 잘 불렀다.


평소에 악으로 깡으로만 들리던 '다가갈수록 미워지니까' 를 들었을 때는 정말 몸에 소름이 돋았다.


노래가 끝나고 누군지가 너무 궁금했던 나는 물을 서비스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물 한병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서


'밖에서 들리는데 노래 정말 잘하시네요. 가수 하셔도 되겠어요' 라고 했는데 뒤에 붙인 사족은 그냥 한번 떠본 것이었다.


혹시 가수인지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고 실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노래를 찾아들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 뒤에 '그냥 일 가기전에 잠시 들렸다 가는것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건가요?' 하고 물어보니 '아니요 이제는 안하고 그냥 횟집에서 일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역시 노래 불렀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물을 내려놓고 방을 나와 카운터에 앉아서 한참 동안 그 손님이 부르는 다음 노래들을 들었다.


연달아서 낮달, one love 같은 곡들을 부르는데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이수와 음색이 흡사했다.


그 손님은 1시간도 채 쓰지않고 나와서 '잘 놀았습니다' 하고 나가는데


'노래 잘하시는데 가수 계속 해보시지 그러셨어요. 진짜 이수 같아요' 라고 인사를 하니 


하하 웃으면서 '이수가 있는 이상 가수는 몬합니다~' 하고 나갔다.


마지막 손님의 말을 듣고 나는 한동안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자책했다.


이수와 똑같다는 말. 그 말이 음악 활동을 접고 횟집에서 일하는 손님에게 하기 적합한 말이였을까.


그 손님의 노래를 듣고 나와 같은 말을 해준 사람이 내가 처음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아마 절대 아닐것이다.


수없이 이수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어왔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듣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를 칭찬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들이대는 것이 올바른 언행인가.


좋은 뜻을 가지고 말을 한다고 그게 반드시 상대에게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몇번이고 겪어봤던 일인데 또 입을 가볍게 놀리고 말았다는 생각에 그 손님에게 미안함과 나에 대한 한심함으로


마감하고 집에 누워서도 이불을 찼다.


더 쓸게 있는데 너무 많아질것 같기도 하고 일도 해야되고 해서 일단 이번 글은 이대로 마무리하고
 
다음에 시간이 생기면 이어서 써야될것 같네요.
 
참고로 시간이 조금 지난 일들이라 조금 기억이 왜곡된 건 있을 수 있지만 주작은 없습니다.

 

 

'알바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포 물류센터 박스 분류원 알바 후기  (0) 2021.08.18
사무보조 알바 체험 후기  (0) 2021.08.16
알바 팁  (0) 2021.08.16
쿠팡캠프 알바후기  (0) 2021.08.10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알바 후기  (0)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