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후기

면세점 알바 후기

킥킥이 2021. 8. 22. 07:21

어제 취업 알바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댓글에 경험담은 없더라고.... 구글링 해봐도 그렇게 많이 안나오고 

여튼 방학 때 미친듯이 여행 다니다가 잔고 보니 4000원밖에 안 남아서 알바몬에서 당일 or 익일 지급으로 찾아봤더니 근무시간 9:30-18:30에75,000₩ 지급이라길래 한다고 문자 보냄. 그랬더니 공항철도 화물청사역으로 와서 셔틀 타고 오라더라

면세점 검수 알바에 확 꽂힌 거는 뭐 돈도 돈이지만 일단 상하차는 하기 싫었고.... (몸 만들고 툭하면 웃통 까고 다니는 친구가 3시간만에 추노하더라) 그냥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면세점에서 주는 비닐 팩에 물건 담고 뭐 이런건 줄 알았지 물론 가자마자 그 생각은 산산조각 났지만

알바생은 나 포함 7명이었는데 물론 여자는 없었고 40,50 대로 보이는 분이 세 분이나 계시더라... 처음에는 오 그만큼 꿀인가 했는데 끝나고 보니 저분들은 괜찮으신가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근데 알바생들은 다 흩어져서 일해서 뭔 일을 했는지는 모름.... 나는 내가 한 것만 기준으로 얘기할게.

셔틀에서 내려서 들어간 곳은 L 면세점이었어. 처음에는 회사 이름만 보고 신ㄹ 면세점에서 일할 줄 알았는데 하청 이름이더라고 여튼 휴게실에서 직원분들 엄청 왔다 갔다 하시는 중간에 뻘쭘하게 앉아 있었음. 야간 근무가 끝나서 가는 분도 많았던 것 같아. 

9시 20분 즈음에 인솔자가 왔고 명단 확인 한 뒤 핸드폰 빼고는 지갑, 가방 등 다 두고 오라더라 면세품  중에 뭐 가져가거나 바꿔갈 수 있다고. 기분은 별로 안 좋았지만 뭐 까라면 까야지 난 돈이 궁하니까. 출입문 근처에 웬 중년의 남성 여성 두 분이 계속 계셔서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밥먹으러 갈 때 보니 직원들 나갈 때마다 하나하나 미국 공항 검색대처럼 몸을 더듬으시더라. 저번에 LA 갔을 때 공항 검색대에서 날 범죄자 취급하며 더듬던 싸가지 없는 히스패닉 새끼가 갑자기 떠올라서 빡치네. 계속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지는 거 같은데 글도 생각보다 길어지고 여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볼게

안에 들어갔더니 그냥 창고임. 그것도 엄청 크고 넓은 창고. 면세품이 봉지가 아니라 박스에 담겨 있는 걸 검수하는 작업이었던거야. 그 때 난 돌아섰어야만 했는데 뭐 어쩌겠어 난 돈이 궁하니까. 출퇴근 카드 찍는 법 알려주고 알바용 조끼 지급하고(알바용 조끼는 직원분들 작업복 색이랑 확연히 달라서 한 백미터 밖에서도 이새끼 알바생이네 하고 알 수 있는 색이었음) 커터칼이랑 장갑을 주더라. 

알바생들은 하나 둘 감독자 지시로 흩어지고 나는 혼자 검수반에 던져졌어. 카리스마 넘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이 얼타는 놈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눈빛으로 쏘아 보시더라고 (아마 긴장한 티는 많이 났을거야. 사실 과외 말고 이런 알바는 처음이었거든. 난 시발 돈이 궁하니까) 다른 직원 분들도 슬슬 작업하러 들어오시고 지게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나는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어

주된 작업의 내용은 상자 해체와 다시 쌓아 올리기였어. 나도 일을 하고 왔지만 아직도 왜 하는지 모르겠는건데 일단 일의 순서는 지게차가 빠레트에 상자 탑을 가져와서 내려. 그 상자탑은 또 다른 상자와 비닐로 덮여있기 때문에 1차 해체작업을 하지. ㅇㄷ에 나오는 스타킹 찢는 그런 모습 생각하면 됨. 그러면 한 5-6 층으로 예쁘게 쌓인 상자탑의 속살을 볼 수 있는데 이 상자들을 내용물을 볼 수 있도록 커터칼로 잘라서 열어. 그리고 검수대로 옮기는데 여기서는 직원분이 면세품의 숫자나 상태를 확인해. 내가 있던 곳은 거의 남자 화장품이여서 그나마 엄청 무거운건 없었어. 가전제품쪽이 죽음이라던데 여튼 검수가 끝나면 다시 상자를 다른 빠레뜨에 옮겨 쌓고 (회오리나 지그재그 방식) 지게차가 그걸 가져가서 다시 비닐로 그 상자탑을 감으면 끝나는거야. 말만 들어서는 뭐하나 싶지? 직접 봐도 그래. 시벌 이게 뭐하는 짓이야 대체... 나사못을 풀었다 조였다 반복하는 것만큼의 보람만이 있을 뿐이었어.

문제는 이 지게차가.... 쉴새없이 빠레뜨를 가져와. 하나 끝나면 두개가 오고 두개 끝나면 이미 하나 더 와있고....진짜 잠깐 담배 필 시간도 안주더라. 점심은 직원분이 함바집에 데려가 주셔서 사먹었어. 식판에 주는데 오랜만에 군대 생각 나더라. 물론 그런 짬찌끄레기에 비할 맛은 아니게 맛있었지만

꿀맛같은 1시간여의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3시간동안의 노동은 위 과정의 반복이었어. 하면서 느낀건데 큰 상자가 작은 상자보다 훨씬 나아. 어차피 다 해체해야 하는 거 숫자가 적은 게 낫지 않겠어? 하지만 지게차는 야속하게도 작은 상자들로 이뤄진 탑을 계속 가져오더군. 알바몬 후기엿나 거기서 '면세점 알바하면 여성분이랑 많이 마주쳐서 썸이 생길 수 있어요' 이 지랄하던데 내가 보기에 그건 판매 쪽이고 물류 쪽은 썸이 아니라 쌈이 안나는 게 다행일 정도였어. 하필 엄청 습하고 그런 날씨여서 더 그랬을지도 몰라. 

오후  4시부터 30분 쉬는 시간이었는데 L사라 그런가 간식으로 x데리아 새우버거가 나오더라고. 평소라면 쳐다도 안봤겠지만 노동에 지친 나에게는 꿀맛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공짜로 줬으니 먹었지 돈 주고 사먹으라 했으면 안먹었을거야 돈이 궁하니까 ...

4시 반에서 6시 반까지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어. 팔이랑 허리는 계속 저리지 .... 다리는 계속 서 있어서 퉁퉁 부었지 ...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끝이다 생각으로 버텼고 퇴근하세요 소리 듣자마자 뛰쳐나왓어

결론을 말하자면 .... 진짜 길게도 썼네. 상하차 이지 모드라고 해야 하나? 육체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페이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고 말이야. 만약 집 근처라면 더욱 좋은 알바일 것 같아. 항상 일손이 모자라서 장기 알바는 더욱 환영하니까 육체적으로 자신은 있는데 상하차는 무리다 싶으면 하면 될 것 같아. 이러니까 홍보글 같은데 내가 L 에서 얻어먹은건 새우버거 밖에 없다구
나는 인생에 나태함이 느껴질 때 물류창고를 다시 찾을 생각이야

세 줄 요약
1. 면세점 검수 알바 하고 옴
2. 상하차 보다는 괜찮은듯
3. 힘들었지만 나태함이 느껴질 때 다시 갈 거

'알바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린 골프 알바 후기  (0) 2021.08.22
티켓팅 알바 후기  (0) 2021.08.22
스키장 알바 후기  (0) 2021.08.22
용접조공 알바 후기  (0) 2021.08.22
인력사무소 후기  (0)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