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 알바와의 차이
다른 알바들과 달리 자신이 일하고 싶은 날에 일할 수 있습니다. 보조스텝들이나 보조출연들을 각 프로그램에다 공급해 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알바들은 이런 회사에 소속되죠.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회사로 알바를 보내달라고 연락하면 회사에선 알바에게 무슨 요일에 어떤 프로에서 인력 구한다고 문자 합니다. 인력사무소와 비슷한 시스템이죠. 근데 여기서 일할지 말지는 알바가 정할 수 있습니다. 안 나가고 싶으면 안 나가도 돼요.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게 좋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반대로 일하고 싶은 날에 일이 없을 수 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엔 일주일 내내 일이 안 들어올 때도 있죠.
2. 어떤 일을 하는가 크게 보조출연과 스텝보조로 나뉩니다. 보조출연은 행인1 이런 사람들 입다. 제가 한 스텝보조는 연출보조 카메라보조로 나뉩니다. 둘 다 어려운 일 안 시킵니다. 연출보조는 교통통제나 조연출들을 도와 이런저런 잡일을 합니다. 일은 안 어렵지만 촬영 때문에 멀리 돌아가거나 기다려야 하는 행인들이 가끔 뭐라 합니다. 카메라 보조도 힘든 일 없습니다. 모니터 설치하고 촬영하는 동안 카메라 장비 갖다 달라는 거 있으면 갖다 주면 되고 촬영 끝나고 장비 정리하는 게 끝입니다. 촬영장 옮길 때마다 장비 정리하고 다시 세팅하는 게 귀찮긴 하지만 무거운 장비도 없고 힘들진 않습니다. 단, 장비 조심이 다뤄야 합니다.
3. 급여
집합 후부터 급여가 붙기 시작합니다. 9시간 전까지 최저시급 받고 9시간 동안 일하면 그후 1.5배 붙습니다. 그리고 저녁 10시 넘어가면 2배 붙습니다. 또 이유는 모르겠지만 2시간만 일하고 와도 8시간 일한 걸로 쳐줍니다. 즉, 2시간 일하고 52,000원 받을 수 있는 거죠. (물론 이런 경우 거의 없지만) 직원들은 잘 못 버는 것 같더군요. 촬영부 직원이 주 5일 동안 하루 평균 18시간 일하고 한 달에 300만 원 받는다고 하니까요. 즉, 방송스텝이란 일이 다른 알바보단 많이 벌지만 다른 직장보단 적게 법니다.
4. 근로시간
여기까지만 들으면 일도 안힘들고 수당도 괜찮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니 열라 꿀이네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장점을 다 쌈 싸 먹을 정도로 일을 오래 시킵니다. 거의 모든 프로가 기본 12시간 넘게 촬영합니다. 새벽에 나가 담날 새벽까지 일한 적도 많았고 정말 오래 시킬 땐 사흘동안 2시간 재우고 일 시키더군요. 그러다 보니 한번 일하고 오면 담날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잡니다. 또 다들 잠 못 자고 일하니까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되더군요. 직원들은 더 심합니다. 촬영이 사흘 내내 하는 때도 많습니다. 알바들은 보통 18시간 전후까지 일하고 가버리지만 직원들은 그런 거 없고 정해진 스케줄 채울 때까지 잠도 못 자고 계속 촬영합니다. 직원들이 알바들 집 간다고 하면 엄청 부러워하더군요.
5. 분위기 알바들에게 초면부터 반말하는 스텝들 많습니다. 위 같은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성격이 저리 변하는 것도 있고 왜인진 모르지만 방송 쪽이 군기가 세더군요. 그나마 알바들은 초면이고 한 회 촬영 끝나면 안 볼 사이라 반말하고 잠깐 군기 잡는데 그치지만 직원들끼리는 정말 살벌하기도 합니다. 실수 한번 하면 사람들 많은 데서 대놓고 부하직원에게 욕하고 인신공격 하더라고요. 물론 여자직원도 얄짤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