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디오니소스
나는 노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거의다 듣는 편인데
사실 락이라는 장르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밴드 음악은 듣는데 이 밴드 음악에서 어디까지가 락으로 정의되고
어디까지는 락이 아닌지 그런 개념을 정확하게 모르는 락 문외한 그 자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봤던 이 손님은 나에게 락이 뭔지 똑똑히 알려준 그런 손님이었다.
새벽 3시쯤 머리가 덥수룩한 조금 술에 취한듯한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혼자 들어와서 가장 구석진 방을 요구 했는데
주말이라 지금 방이 없다는 말과 함께 카운터에서 가장 가까운 1번방을 내어 주었다.
그런데 하필 1번방의 문 손잡이가 고장나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였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것 말고 딱히 갈 곳도 없던 나는
그 손님의 락 스피릿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맞이했다.
웅장한 드럼 소리와 함께 곧이어 들려오는 그 손님의 노래 소리는
'꽈꼬꼬꼬꽈꽈꼬꽈아아아앜!! 웱췕콹!!!! 콹콹!!!!! 홝아아아아앜아아앜!! 휅콹콹풹퀡콹' 였다.
정말로 이렇게 들렸다.
사실 글로 그때 들었던 걸 표현하려니 힘든데.. 그래도 나름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목을 긁는듯한 창법으로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저런 고함을 질러대는데
나는 '이게 데스 메탈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저렇게 부르다 죽는거 아냐? 그래서 데스 메탈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손님의 노래가 끝났을 땐 귀에서 이명이 울리고 있었다.
방을 빨리 바꿔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풀방인 상황에 가장 빨리 나가는 팀도 20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체념하고 귀를 막은 뒤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랬다.
똑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는건지 모두 다른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웱췌에에엙!!!!! 왉찱칽탉!!!!!!!' 이런 소리만 계속해서 듣고 있었는데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려던 손님도 물을 사러온 손님도 그 물을 계산 하려고 귀에서 손을 땐 나도
모두 락에 취했다.
다른 방의 20분이 지나고 손님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총알처럼 튀어나가서 그 방을 정리한 뒤
1번방으로 뛰어가서 문 손잡이가 고장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손님의 노래가 밖으로 다 들린다고.
그래서 방을 옮겨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그 손님은 나를 슥 쳐다보더니
흥이 깨졌다는 영문모를 소리를 하고 그대로 출구로 나가버렸다.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9. 무서운 이야기 2
일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새벽 6시 50분 쯤이면 마감 준비를 끝내놓고 퇴근전에 마지막으로 각 방들과 화장실을 돌면서 상태가 어떤지 둘러보고 나가는데
방 상태를 체크 안해놓고 나갔다가 오픈 때 상태가 엉망인 것을 사장님이 보게되면 좋은소리는 못듣기 때문이다.
이 날도 똑같이 방을 체크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체크하러 들어갔을 때였다.
여자 화장실은 총 3칸이었는데 대충 눈으로 슥 확인하고 나가려는 순간
맨 마지막 칸의 문 밑으로 머리카락 같은게 튀어나와있는 걸 확인하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소름이 몸을 한바퀴 훓고 지나갔다.
설마 잘못본거겠지? 하고 다가가서 확인하니 머리카락이 맞았다.
그것도 반드시 그 끝엔 머리가 있을것이 확실한.
귀에서 부터 피가 싹 빠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렸다.
이대로 뒷걸음질을 치면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질 것이 분명했다.
잠시 벽을 짚고 서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에
'손님 괜찮으십니까 ?' 라고 말을 꺼냈는데 너무 놀랐는지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고 하... 하고 길게 뱉은 뒤 헛기침을 한번하자 생각이 조금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노크와 함께 '손님 안에 계십니까? 괜찮으세요?' 라고 다시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몇번을 노크하며 손님, 손님하며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람은 깜짝 놀라고 난 뒤에 별일 아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괜스레 짜증이 올라오는 법이다.
이제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가서 잘 일만 남았는데 대체 이 손님은 언제 노래방에 와서
대체 언제 화장실에 들어왔으며 혼자 온 것도 아닐텐데 일행은 사람도 안챙기고 그냥 떠나버린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시계를 확인하니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의 두려움은 어느새 빠져 나가버리고 그 빈공간을 '화' 라는 감정이 채웠다.
어느새 노크 소리는 쾅쾅 소리로 바뀌었고 내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그렇게 씩씩대고 있는데 내 발밑에서 '톡톡' 하고 문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곧이어 다시 톡톡 하고 문을 치는 소리가 들리기에
'이제 일어났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노크를 했다.
그리곤 '손님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또 한참 조용하더니 다시 아래쪽에서 문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다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굉장한 이질감이 있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찾아내지를 못했다.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소름을 억누르고 다시 노크를 한 뒤
'손님 일어났으면 문 좀 열어주세요' 라고 말하자
문 밑으로 '네.' 라는 생각보다 또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일어났구나 라는 생각에 '손님 빨리 문열고 나와주세요. 마감시간 입니다.' 라고 하자
조금의 정적이 흐르고 다시 문밑으로 '네.'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대답을 듣자 섬찟한 느낌과 함께
사라졌던 공포가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님 일어나신거 맞나요?'
'네.'
'손님 문 좀 열어주세요.'
'네.'
'손님.'
'네.'
'...'
'네.'
'네.'
'네.'
'네.'
등줄기로 벼락이 내리 꽂혔다.
깨어있지 않은게 확실했다.
화장실 문 안에서는 그냥 기계처럼 '네.' 라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내가 서있는 곳 한참 밑에서 부터 올라오는 대답 소리가. 그 생소한 감각이 내 머리 속을 뒤흔들었다.
부지불식간에 밀려들어온 공포는 순간적으로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헷갈릴정도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화장실 밑에서 부터 손이 확 뻗어나와 내 발목을 낚아챌 것 같은 느낌에 몸서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순간 아까 내가 느꼈던 이질감이 뭐였는지 알아냈다.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 2개와 좌변기 1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간적으로 넉넉하고
그렇기에 좌변기가 설치된 칸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 보다 좁은 공간에 칸을 3개나 나눠서 좌변기를 설치해놨기 때문에
청소하러 들어가면서 볼 때마다 '여기서 몸을 움직여서 뒷처리를 할수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공간이 협소했다. 그리고 문짝과 좌변기의 거리 또한 굉장히 가까워서
사람이 앉아있으면 반드시 아래 문틈 사이로 신발끝이라도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 공간에 신발은 온데간데 없고 머리카락이라니?
누군가는 그냥 앉아서 최대한 허리를 숙인채로 있는게 아니냐? 할수도 있지만
문에 머리를 박게 되기때문에 그런 자세는 절대 불가능하다.
내가 느낀 이질감이 바로 그거였다.
신발은 나와있지않은데 거기로 머리카락만 삐죽이 튀어나와있는 것이다.
물론 머리가 정말. 정말 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긴머리를 가진 손님이 들어왔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렇게 몇 초라는 시간속에서 생각이 수십번 교차될 때
다시 들려오는 '네.' 라는 소리는 나를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오자마자 일단 차단기를 올려서 불부터 켜기 시작했다.
밖은 환하게 햇살이 비칠 시간이지만
지하에 있는 노래방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렇게 불을 다 켜놓고 카운터에 앉아서 폰을 쥐고
112에 전화해야하나? 일단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는게 맞나?
고민하다가 우선 사장님께 연락을 하자 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몇번의 시도 끝에 포기하고 그냥 112에 연락을 하자 라는 결심과 함께
전화를 하려는 순간 '그냥 내가 먼저 확인을 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후회하는 선택이긴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냐하면
그 때 당시의 나는 불현듯 이런 생각을 했다.
112에 전화했는데 실은 아무일도 아니라면 ?
그냥 내가 문을 열고 깨워서 집에 보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면 ?
머리속에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경찰분들이 와서 문을 열고 그냥 흔들기만 했는데 '죄송합니다.' 하고 깨서 노래방 밖으로 나가는
그 정체모를 손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거 이불킥 100년치 각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 내가 먼저 확인부터 해보자.' 라는 결심을 굳히고 손에 동전 하나를 쥐고 다시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문 손잡이를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노래방의 화장실 문은
그냥 평범한 동그란 방문 손잡이에
아무 동전이나 열쇠 넣는 곳에 끼우고 돌리기만 하면 열리는 문이었다.
화장실로 들어서자 다시 보이는 머리카락은 내 등을 싸해지게 만들었지만
이미 확인해보자고 결심한 내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 앞까지 가서 노크를 하고 다시 '손님' 하고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문 손잡이에 동전을 꽂아넣고 돌렸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사람이 앉아있어야 할 변기 커버 부분에 등을 내고 누워
다리는 원래 머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뻗어있고
머리는 바닥을 향해 꺾여져 있었으며
한쪽 팔은 옆 벽을 짚고 있는 듯했고
남은 한쪽 팔은 머리쪽 으로 축 늘어져있는 정말 기괴하기 짝이없는 모양새 였다.
의문이 해결됐다. 왜 머리카락이 문밑으로 그만큼이나 나와있었는지.
왜 발이 보이지 않았는지.
그리고 자책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흔들어서 깨울수 있을꺼라 생각했던 것인지.
흔드는건 고사하고 그 기괴한 모습에 몸을 건드릴 용기 조차 나지않았다.
아무런 생각조차 못하고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그때 머리쪽으로 축 늘어진 손가락이 까딱까딱 거렸다.
그리고 내 발밑에서 '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몸에 있던 모든 피가 싸 하고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머리속이 울렁거렸다. 여기를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벽을 더듬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온 나는
벽이 끝나는 화장실 입구 앞에 기대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는데
사장님이었다.
사장님은 오셔서 화장실 앞에 기댄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인데?' 하며 다가오셨고
나는 말없이 여자 화장실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사장님께서 화장실에 들어가시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씨.. 깜짝이야 이게 뭐꼬?' 라는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곤 나오시더니
'수고했다. 뒷정리는 내가 할테니까 얼른 들어가봐라.' 라고 말씀 하셨고
나는 그제야 '하.. 조금만 앉아있다 가겠습니다.' 하고 말씀 드린 뒤 카운터에 앉아 잠시 정신을 추스르고
노래방 밖을 나섰다.
밖을 나왔을 때 나를 비추는 햇살과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에 다시 출근해서야 사장님께 '오늘 아침에 어떻게 오신겁니까?' 라고 여쭤볼 수 있었고
'일어나니까 니한테 전화는 수십통 와있제 전화거이 전화는 안받제 뭔일 생긴거 아이가? 싶어서 그길로 바로 뛰쳐 나왔다이가'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나간 뒤로 어떤 일이 있었나 해서 여쭤보니
결국 사장님도 혼자선 해결할 엄두가 안나서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하셨다고 했다.
'거 술에 취해도 좀 곱게 취하던가 안하고 쯧' 하고 말씀 하셨는데 나는 그 말에 백번 동의했다.
나는 그 이후로 아직까지도 닫혀있는 문을 열어야 할때면 멈칫 멈칫 하곤 하는데
아마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게 아닌가 싶다.
언제나 되야 기억 속에서 잊혀질까 하고 생각해보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10. 농아
일하고 5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는 사람에 지쳐있었다.
모든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불특정다수의 사람과 마주치는 일은 어느순간 사람에게 지치는 순간이 온다.
야간에 술취해서 들어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의미없는 감정소모를 하는일이 잦아지다 보니 점점 일하는데 짜증만 쌓여가는걸 느꼈다.
그 날도 술취한 손님에게 시달려 짜증이 극도로 올라와있는 그런 날이었다.
새벽 2시쯤 딸랑하고 문이 열리면서 여자 손님이 한분 들어왔다.
그런데 카운터 앞까지 와서 아무런 말도 없이 폰만 두드리고 있는걸 보고
'뭐야?' 하는 생각에 귀찮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폰을 슥 내밀었고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저는 농아입니다. 방을 빌릴수 있을까요?'
그때 내가 든 생각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래서 어쩌라고?' 였다.
카운터 앞에 포스트잇을 신경질적으로 뜯어서 '15000원 입니다.' 딱 이 문장 하나만 적고 손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손님은 돈을 지불하고 한동안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기에 '또 뭐가 불만인데?'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다시 폰을 두드려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차싶었다. 그 문장을 보고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내가 가장 혐오했던 행동 중 하나가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것을 공적인 일에 해소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은 뭔가.
이 손님은 방금 들어와서 나에게 방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뿐인데
나는 아까 술취한 손님을 이 손님에게 투영시켜 괜한 짜증을 내고있을뿐만 아니라
그 감정으로 인해 내가 해야할 일 조차 제대로 못해서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시 포스트잇에 '정말 죄송합니다. 8번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라고 적고 손님에게 보여주니 고개를 꾸벅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손님의 방문이 닫히는 순간 뒤늦게 밀려오는 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감당하지 못해서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래서 방을 알려주는걸 깜빡해서 안내해주지 못했다면 그건 내 자신에게 스스로 납득 시킬 수 있는 실수다.
하지만 방금 전의 실수는 도저히 스스로에게 납득 시킬수가 없는 너무나 부끄러운 실수였다.
그 부끄러움이 도저히 떨쳐내지지 않아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던 중에
방금 전의 손님이 나와서 폰을 내밀었고 거기엔 '펜과 종이를 좀 빌릴수있을까요?' 라고 적혀 있었다.
서둘러 펜과 포스트잇 한장을 뜯어서 드렸다.
손님은 다시 고개를 꾸벅하고는 그걸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또 한참을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그렇게 한시간이 좀 지났을까 그 손님이 나와서 오천원짜리와 포스트잇, 볼펜을 함께 내밀고 고개를 꾸벅 하고 나갔는데
손님이 내밀고간 포스트잇을 보니 거기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저에게 왜 왔느냐고 묻지 않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커피라도 마시면서 일하세요.'
이게 뭔소리지? 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제야 '아! 농아!' 라고 하며 손을 탁 쳤다.
손님이 폰으로 타이핑한 화면을 보여주고 나도 포스트잇에 글을 써서 보여줬는데 나는 그 순간에는 뭐가 잘못된건지 몰랐다.
아니다 잘못됐다는 표현은 틀렸다.
뭐가 다른지 몰랐다. 다른 손님을 받을때와 그 손님을 받을 때 뭐가 다른지를 몰랐다.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고 글로 서로 의사를 교환한게 다였는데 왜 몰랐을까? 그만큼 심적으로 몰려 있었던것 이었을까.
손님을 배려하기 위해 묻지 않았던게 아니라 악에 받쳐서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관심도 없었던 것 뿐이었다.
나의 짜증이 누군가에겐 감사가 되었다.
자기 자신이 싫어진다는 감각을 느껴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
포스트잇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볼펜을 제자리에 넣었지만
남겨진 오천원은 도저히 내가 쓸 엄두가 나지않았다.
무슨 낯짝으로 이 돈을 내가 쓴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 돈 오천원을 보태서 카운터에 집어넣고 냉장고에서 헛개차 5병을 꺼냈다.
그리고 이후 술취한 손님이 들어올 때 마다 한병씩 드리면서
'서비스 입니다. 재밋게 놀다 가세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은 '야 알바생' 이 아니라 '잘 마실게요' 라는 말을 듣고 마감 할 수 있었다.
11. 그레이트 티쳐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각 감기는 눈을 비비벼 카운터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는데
딸랑 하며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아~ 귀찮네 뭔 이시간에 노래방이야~ ' 라는 생각을 하며
'어서오세요' 하고 손님의 얼굴을 보자 거기엔 낯익은 얼굴이 서있었다.
그 손님은 이미 어디서 한잔 걸치고 온건지 술냄새를 풍기며 비실비실 웃고 있었는데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일은 할만하냐?'
내 친구였다.
근래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요즘 뭐하냐는 말에 '노래방에서 알바한다.' 라고 대답했고
'언제 한번 놀러갈께' 라고 해서 인사치레 겠거니 했는데 정말 찾아올줄이야..
그 놈은 검은 봉투를 내 눈앞에 대고 흔들면서 '야 한잔하자.' 라고 했다.
'일하는 중이야 인마 ~' 라고 대답하자
'평일 이 시간에 노래방 오는 놈이 어딧냐? 한잔만 하자' 라며 졸라댔다.
자기도 와놓고는..
하기사 마감까지 얼마 안남은 시간이기도 하고
실제로 손님이 오더라도 한 팀정도겠지 라는 생각에
'야 주류반입 금지야 인마 1번에 들어가있어' 라고 대답하곤
카운터에 4천원을 집어넣고 소주 한병을 꺼내서 1번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곤 일단 잔부터 부딪혔다.
쨍.
'크 달다'
'이게 달게 느껴지면 몸에 문제 있는거얌마.. 건 그렇고 왜 왔냐?'
정말로 친구가 온게 의외였기에 물어본 말이었다.
어릴 때 부터 친구였지만 자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길을 걷다보니 멀어지게되고
나중엔 정말 몇년에 한번씩 만나 얼굴을 보는 것 외에는 간간히 메신저로 생사 확인만 해오던 터였다.
'왜 니 얼굴에 금칠 해놨나? 친구 얼굴 보러 오는데 왜오는게 어디있냐 그냥 오는거지'
'그러냐'
그래. 친구를 만나러 오는데 이유가 어딨겠냐 만은
요즘 연락을 몇번 받다보니
보통 소식이 뜸했던 녀석들에게서 걸려오는 연락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 보다는 뭔 부탁을 하려고? 라는 마음이 앞선건 사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친구가 입을 뗐다.
'아 죽고싶다'
순간 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왜?'
'몰라'
나는 술취한 사람의 푸념을 듣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진지하게 푸념을 듣고 조언을 해준들 결국엔 나중에 또 똑같은 푸념들을 하곤 하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의 '몰라' 라는 말을 듣고 조용히 술잔만 만지작 거리며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자
'야 눈깔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인마 뭘 그렇게 째리냐 째리기는..'
라고 하곤 친구는 다시 입을 열었다.
'꿈을 이뤘는데 지금에 와서 뭐가 이렇게 허무한지 모르겠다.'
친구의 직업은 교사였다.
중학교 때 어느순간 '난 선생님이 될꺼야' 라고 해서 내가 이유를 물어봤었는데
그 이유가 상당히 웃겨서 한참을 비웃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어떤 만화책을 읽고 난 뒤에 자기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만화는 'GTO' 혹은 '반항하지마' 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였다.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이후로 제법 진지하게 준비했는지
나중엔 정말로 교사가 됐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친구가 말을 계속 이었다.
'내가 되려고 했던 것과 내가 된 것이 너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한참의 침묵이 이어졌다.
나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는데
딱히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술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그래 까짓꺼 푸념 한번 받아주자 이 놈은 처음이니까'
라고 생각하고 잠시 머리속을 정리한 나는 말을 시작했다.
'꿈을 이루긴 개뿔이나.. 니가 무슨 꿈을 이뤘는데 ?'
친구가 꿈틀하며 반응했다.
'선생됐잖아 인마 몰랐냐?'
'아는데 그게 니 꿈이랑 뭔 상관이냐고'
친구가 입을 다물고 계속 말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내가 옛날에 니가 만화책 보고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을 때 웃은거 기억나냐?'
'당연하지 너랑 그놈이랑 둘이서 엄청나게 비웃었잖아'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말했다.
'나는 그때 니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해서 웃은게 아니고 니가 만화에 나오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해서 웃은거다.'
'뭔 소리냐?' 친구가 되물었다.
나는 답해주었다.
'내가 생각할 때 꿈이란건 남이 들었을 때 비웃을 정도는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이었다.
'니가 그냥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으면 안 웃었을꺼다. 왜냐면 넌 공부도 잘했고 그래서 성적도 좋았으니까.'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화 속의 선생님 처럼 되고싶다는 말에 웃었다.
나도 그 만화를 봤지만 그 선생님은 만화 안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선생님 이었으니까.'
친구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니 꿈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거였냐? 만화 속 선생님 처럼 되고 싶은 거였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조금의 침묵이 지나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할 때 넌 꿈을 이룬게 아니고 그냥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목표를 이룬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목표랑 꿈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목표란 건 명확해야하고 그건 남에게 비웃음을 받을 정도로 허황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꿈은 달라. 꿈은 반드시 남한테 비웃음 받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꿈이라고 부르는 거고.'
친구는 내 말을 듣고 소주잔을 만지작 거리다 입을 열었다.
'니 꿈은 뭔데?'
나는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나한테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들에게 백배로 갚아 주는거.'
친구는 혼자 크크 하고 웃곤
'진짜 웃음이 나오네. 빚 갚다가 늙어 뒤지겠다 인마.' 라고 말했다.
나는 '니가 웃는거 보니 내가 꿈 하나는 제대로 정했나 보다 인마.' 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끝으로 친구는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소주병을 들어서 내 빈잔과 자신의 빈잔을 채웠다.
그리곤 소주잔을 들고 입을 열었다.
'대 ~ 단한 개똥 철학자 납셨네 크크..'
쨍.
친구의 반응에 조금 멋쩍어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하긴 노래방 알바나 하고 있는 놈이 할 말이 아니긴 하다.'
친구는 그 중얼거림에 반응했다.
'노래방 알바가 어때서?'
'뭐?'
친구는 조금 진지한 눈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노래방 알바가 뭐 어떠냐고 인마~'
이번엔 내가 잠자코 있었다. 이 놈이 무슨말을 하려나 싶어서.
계속 말 해보라는 내 제스쳐를 이해했는지 친구가 말을 이었다.
'내가 살아가는데 결국 진짜 필요한 일은 전부 남이 해주더라.'
'뭔 소리야?' 하고 내가 물어보니 친구는
'내 손으로 돼지 목 한번 딴 적 없어도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건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 때문이고.'
친구가 말을 이었다.
'내가 길가에 쓰레기 하나 줍지 않아도 거리가 깨끗한 건 누군가가 그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이고.'
또 친구가 말을 이었다.
'이 새벽에 술취한 채로 노래방에 기어들어와서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건 너 때문이고..'
잠깐의 정적.
친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가끔씩 길을 걷다가 내가 생각없이 내딛는 이 한걸음 밑에
얼마만큼의 타인의 노력과 시체가 묻혀 있을지를 가늠해보다가 머리가 쭈뼛선다.'
다시 정적.
친구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정말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남이 다 해주고있다고 인마~ 그러니까 너도 알바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말은 하지말어~
죄 안짓고 지 자리에서 지 할일만 떳떳하게 하면 되는거지. 뭐 하는지가 대수냐?'
나는 잠자코 있다가 친구와 나의 빈잔을 채우곤 입을 열었다.
'대 ~ 단한 개똥 철학자 납셨네'
그 대답을 하고 친구와 서로 한참을 웃었다.
쨍.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6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야 나 좀 있으면 마감 준비 해야된다. 슬슬 마무리 하자'
'그러냐? 알았다 막잔하자.'
친구가 잔을 내미는 순간 나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친구의 말이 있어서 말을 꺼냈다.
'너 죽고 싶다는 말 같은거 함부로 하지마라'
친구가 갑자기 왠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이
'내 입으로 내가 말하는데 왜 난리야~' 라고 했다.
나는 조금 진지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말이란 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처음에 내뱉기는 힘든데
습관처럼 뱉다보면 그 무게가 점점 가벼워져서 나중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뱉어버리거든.
근데 어느순간 이제 의미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툭 뱉는 말에
진심이 꽉 차버리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때. 그 순간에 그 말에 따라 움직이는 니 몸을 절대 못 막을꺼다.'
친구는 가만히 듣더니 대답했다.
'더럽게 오그라드네.. 알았다 인마 안할게.'
쨍.
친구가 먼저 술을 털어놓곤 입을 열었다.
'그럼 니 말대로 말따라 몸이 움직여서 내가 못 막게되면 어떡하냐?'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전화해 인마.'
친구는 대답을 듣곤 혼자서 낄낄 거리다가
'알았다 인마 형 간다 마무리 잘해라.' 라고 대답하곤 나갈 준비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다
나는 문득 입을 열어 한마디 했다.
'야 그 만화에 나오는 대사 중에 이거 알지? 선생에게 학생은 여러명이지만 ~'
친구가 웃으면서 말을 가로챘다.
'학생에게 선생은 한명뿐이다.'
다시 내가 입을 열었다.
'애들한테 잘해줘라.'
친구는 크크 거리며 대답했다.
'당연히 잘해주지. 나는 그레이트 티쳐니까. 너나 손님한테 잘해라 인마~ 형 진짜 간다~'
자기 입으로 그레이트 티쳐랜다.
나도 크크 거리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크크크 미친놈. 잘가라 나중에 날 잡아서 제대로 한번 먹자'
친구는 '오냐~' 하며 손을 까딱 거리곤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렸다 닫히며 딸랑 소리를 냈다.
'나도 슬슬 마감 준비 시작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빈잔과 빈병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와
방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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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썰은 여기까지고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밑으로는 굳이 읽지않으셔도 되는 잡설입니다.
--
우선적으로 밝혀야 할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첫번째 게시글과 지금의 두번째 게시글 썰 중에서 주작한 곳이 딱 한군데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라는 사람에 대한 것인데
사실 판교에서 게임회사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부산으로 내려왔다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 친구의 이야기 입니다.
판교쪽으로 오줌도 안쌀꺼라는 말도 물론 친구의 말을 빌린 것이구요.
우선적으로 왜 저렇게 제 이야기가 아닌 친구의 이야기를 했냐는 물음에는
저는 완벽한 익명 뒤에서 글을 쓰고 싶었고 그렇기에
진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밝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라고 대답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다가 도입부에 그냥 두서없이 '제 정체는 비밀입니다.' 하고 썰을 풀어나가는 것 보다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겪은 이런 일들입니다.' 하고 시작하는게
읽으시는 분들의 몰입감이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일입니다.
어짜피 익명이니 저를 누구라고 소개하든 크게 상관 없겠다 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그럼 왜 지금 저것이 거짓말이었다고 밝히느냐 ? 라는 물음에 대답하자면
저는 그냥 '어디에 내 이야기를 써볼 곳이 없나?' 하고 커뮤니티를 찾아 보다가
'그 옛날에 스타로 유명했던 커뮤니티 어디였지? 그그..그..'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와이고수' 에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간간히 출처가 '와이고수' 라고 표기된 게시글들도 있었고
그 게시글들을 재밋게 본 기억이 있어서
사이트 이름이 유독 머리속에 남았던 것도 이유가 되긴 합니다.
그렇게 와이고수를 찾아와서 가입전과 글쓰기 전에 사이트를 대충 훓어봤지만
이런 종류의 글이 크게 관심받는 성향의 사이트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정도면 적당히 써봐도 좋겠다' 라는 생각에 그냥 막 써내려간 글인데
생각보다 제가 작성한 글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분들을 속여버리게 되었고
이에 정말 재밋게 잘봤다며 좋은 말씀들을 해주신 분들에 비례해서 제 가슴에는 찜찜함이 쌓여갔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조금만 봤으면 그냥 속인채로 가만히 있었겠네?' 라는 물음에는
'네' 라고 대답할 것이지만 사실 사람이 많이 보든 적게 보든 저게 거짓말이었다고 밝힐 생각은 없었습니다.
진짜 제가 이것이 거짓말임을 밝힌 이유는
날아온 쪽지 한장 때문입니다.
그냥 반응이 어떤가? 하고 확인해볼겸 로그인을 하자 쪽지가 하나 날아와있었는데 거기에는
'글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게임 제작자를 목표로 하는 학생인데 왜 그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 해주실수 있나요?'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 의외의 쪽지를 받고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사실 친구에게 왜 퇴사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었었고
그걸 그냥 그대로 쪽지에 옮겨적고 답변만 보내면 끝날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것을 먼저 경험한 사람이 그 목표에 대해 좌절했다는 글을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쪽지를 보내어 온 그 사람에게
거짓으로 조언해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지금은 어떤 말씀도 해드릴수 없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추후에 밝히게 되면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시게 될겁니다.'
라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저분에게만 '사실 거짓말 이었습니다.' 하고 밝힐수도 있지만
기왕 밝히자고 마음먹은 김에 한명에게만 밝히느니 모두에게 밝히는게 낫겠다. 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위의 이유가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제 가슴 속에 있는 찜찜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택한 다소 이기적인 행동이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거짓말을 해서 속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야 쪽지로 '제 친구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하고 홀가분하게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
그렇지만 제가 풀어낸 썰들은 어느정도 각색은 있으나 거짓말은 없습니다.
각색이라고 하면. 원래 친구썰에서 저 대화를 나눌 때 사투리로 대화를 나눴고 대화의 반 이상은 욕설이 섞여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쓰자니 욕설의 경우 제가 이 사이트에서 허용 가능한 수위를 모르기도 하고
또 욕설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기에 그런 분들이 보시기에도 불편함이 없게 빼버렸습니다.
사투리의 경우도 글의 리얼리티를 원했다면 그대로 넣었겠지만
저는 단지 많은분들이 최대한 글을 편하게 보시는 것에 중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것 역시도 빼버렸습니다.
가령 '병x 같은놈아 그래서 가가 니보고 뭐 가가라 카드노?' 라고 써야하는 문장이 있다면
'인마 그래서 걔가 너보고 뭘 가져가라고 하던데?' 로 바꿨다는 말입니다.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야 어느정도 알아보겠지 라는 생각과 짧은 문장이니까 그냥 그대로 사용하긴 했지만..
만약 실제로 친구와 본문과 같이 대화를 나눴다면
둘다 손발은 물론이고 입조차 오그라들어서 아직까지 서로 다림질을 하고있었을 겁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친구가 실제로 저 본문을 보더라도
'내 얘긴줄 알았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는거 보니 내 이야기가 아닌가 보네.'
라고 생각할 정도로 필터링 돼있기 때문에
감안하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들은 그냥 적당히 채워넣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방 번호 라던지 시간대 라던지.. 제가 저런것 까지 디테일하게 모두 기억하지는 못해서
'손님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방으로 들어갔다.' 보다는 '손님이 6번방으로 들어갔다.'
'몇신지는 모르겠는데 새벽 늦은 시각' 보다는 '새벽 3시쯤' 같은것들이 적당히 채워넣은 부분들입니다.
역시 몰입에 방해되지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구요.
하지만 사실 썰을 픽션 이라고 생각하시든 논픽션 이라고 생각하시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단지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그 뿐입니다.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쓸데없는걸 해명하느라 잡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시 한번 읽어주신 분들과 관심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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