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지난 11월쯤부터 10개월 17라인에서 전기 보조공을 했어.
내가 전공하던 쪽에서 일을 벌어보고 싶어서 자본금을 모아보려고 갔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되게 재밌고 좋았다.
근데 평생할거면 멘탈도 그렇고, 정말 생각 많아질듯..
저 건물 안에서 작업을 했고 야간작업 많이 할 때는 39 공수까지 찍어가면서 한 달 평균 250 정도를 벌었어.
개 추운 날 옷 두세 겹 입고 벌벌 떨면서도 일해보고 땡볕 아래서 육수 질질 흘려가면서도 했다.
저 건물은 삼성반도체 생산라인 건물이라고 하는데 바로 뒤에 16라인이 완성되어있다. 16라인 다음 공사가 내가 했던 17라인.
16라인과 17라인은 아파트 한 단지라고 해도 될 만큼 가깝게 붙어있다.
이건 처음 회사 말고 그다음 옮긴 회사에서 주로 작업 갔던 용역동.. 층이 낮아서 그나마 다리 덜 아프게 일할 수 있다.
본체인 사무동 딸린 17라인의 경우 12층까지 하루에 몇 번 걸어서 오르내렸음..
사진상에서 왼쪽이 공장동 오른쪽이 용역동 (건물 부르는 게 여러 가지다. 용역동. ut3동이 같은 곳, 공장동 펩 동도 같은 곳)
우리나라에서 아마 제일 일 많은 현장이라고 하던데.. 내가 일할 때 최고 1만 2천 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 1만 2천 명에 가정이 딸렸을 테니 삼성이 몇 명을 먹여 살리는지 대단하긴 한 거 같다.
발주처인 삼성전자가 제일 힘이 세고, 시공에 물산과 에버가 물려 있다.
물산과 에버랜드는 각각 7:3 정도로 공사를 나눠서 하고 있고, 물산과 에버는 서로 다른 색의 조끼를 입고 일하며 팀장급 아래로는
서로 터치받지 않는다. 심지어 작업자들 안전 감시하면서 경고 주고 퇴출시키는 세이프티 애들도 에버랑 물산이 서로 다르다.
육군에서 다른 부대 사람보고 대우 안 해주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 듯.
나는 에버 하청회사에서 4개월 물산 하청에서 4개월 해봤는데 확실히 여건은 에버가 훨씬 대접도 좋고 편한 거 같다.
추울 때 춥게 일하고, 더울 때 덥게 일하고... 뭐 그만큼 받는 돈도 있고, 단가가 오르고 팀장급이 되면
월 천만 원 가뿐히 찍는다. 이건 확실하다. 뭐 돈에 대해선 아래쪽에 더 자세히 써보겠음.
근데 역시 결국은 근로자들 돈 떼먹기로 돈 버는 셈인가? 아닌가? 난 잘 모르겠다.
나는 전기 보조공으로 일했었는데 전기도 소방 전기, cctv, 방송, 일반 전기 뭐 이렇게 회사들이 맡은 바가 다르다.
주전력을 깔아주는 회사에 가면 정말 굵은 선(조선소 같은)을 끌어야 한다. 개 힘들다.
나는 소방 전기로 일을 시작했는데. 소방 전기는 그냥 소화전이나 소방 제어 패널까지 전기선을 깔아주면 된다.
전기선은 그냥 거는 게 아니고, 먼저 파이프를 천장에 달고, 그 안으로 전기선을 집어넣고 끌어준다.
쉽다. 전기가 일중에 가장 쉽다고 한다.. 물론 전공 쪽으로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일반인이 하기 힘들어지고 기술을 요하긴 한다.
전기 쟁이 중에 결선 공이 돈을 많이 받는데. 소방 전기 패널에 결선하는 결선 공은 하루 일당이 17~18까지도 간다고 한다.
타일공은 25만 원도 넘는다더라.. 돈 벌고 싶으면 타일 기술 배워라..
천장 속 안에 들어가서 라이트 켜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썰을 길게 풀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이거 엄청 지치네.......
그럼 한번 우리나라 막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아보자.
내가 해본 큰 건설현장에 적용되는 시스템이야.
삼성전자가 발주를 한다고 가정하고 풀어볼게.
삼성전자가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그럼 물산에게 발주를 넣어.
그럼 삼성물산에서는 공사감독을 하면서 전기시공회사, 토목회사, 등등의 중견기업에게 다시 하청을 주겠지.
그 중견기업들은 또다시 중소회사에 하청을 준다.
시공회사들은 자기들 회사에 직영 공사팀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는데,
하청은 받고 공사 계획을 짜 보고 필요한 인력만큼 팀을 구한다.
보통 현장 내에서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팀 구성은 이렇다.
팀장
기술자 기술자
보조공 보조공 보조공 보조공 보조공
뭐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 큰 팀은 20명 내외 작은 팀은 10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기술자 하나당 보조 2명 정도가 붙게 된다.
팀장은 도면 보고 사람 시켜서 일 진행만 할 수 있으면 팀장 할 수 있다.
기술자와 팀장의 능력적 차이는 크지 않은 것 같다.
팀장 하다가 짜증 나서 그냥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고, 기술자로 돈 모아서 팀 꾸리는 사람도 있다.
자 여기서 돈 얘기를 해야 재미있겠지.
막일 팀장은 보통 한 달에 천만 원 정도를 가져간다.
어떤 시스템이냐면
모든 팀은 팀 단가라는 급여방식으로 계약해서 들어온다.
팀원 모두가 같은 급여로 지급하는 건데.
기술자든 보조공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일당을 받는다.
일당은 공수를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1 공수 = 하루 일당이다.
팀 단가를 13만 원으로 계약한 팀이라면.
보통의 일과 작업, 새벽 6시 - 오후 5시를 일하면 1 공수 13만 원
연장 작업을 더하면 밥 먹고 쉬는 시간까지 오후 8시 반쯤 끝난다. 1.5 공수를 준다. 19만 5천 원
야간작업을 하면 11시에 마치고 2 공수를 준다. 26만 원.
즉 똑같이 하루를 보내도, 회사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하루 1 공수를 벌고,
누구는 2 공수를 버는 것. 그래서 막일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애들은 야간 잔업 많은 곳을 찾아서 가는 거지.
자 그럼 팀장이 자기 기술자 3명과 보조공 6명을 데리고 팀 단가 13에 계약을 하고
한 달에 30 공수씩 일을 했다 쳤을 때 총 3510만 원이 나온다.
이때 기술자 3명은 원래 단가 그대로 13만 원씩 줘버린다 치고
1170만 원이 지급된다.
그럼 2340만 원이 남고, 보조공들은 일당 8만 or 9만에 계약하므로
6명 다 지급해도 1620만 원이다. 그럼 여기서 720만 원 정도가 남고,
이걸로 월세 40 정도짜리 방에 5명씩 집어넣어서 월세 내고, 가끔 밥 사 주고 뭐 이런데 쓴다.
그 남은 돈데 자기 월급 더하면 대충 700~800 남게 되는데
알바애들 일당 9로 계산했을 때 경우고, 보통 8짜리 많이 구해 쓰기 때문에 좀 더 남는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팀별로 상황들도 다르고 더버는 팀장도 있고 덜 버는 팀장도 있고 그렇다.
팀장이 능력 좋으면 팀 단가 14-15까지도 맞춰서 간다고 하니 꽤 많이 남길 수 있다.
근데 쓰다 보니까 뭐 별거 없네.
뭐..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맘껏 사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소소한 행복 느끼면서 살 수 있길 바란다.
뻘글이 되어부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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